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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축심의는 ‘넘사벽?!’
 
유준상 기자 기사입력  2016/12/23 [16:48]

건축심의는 넘사벽?!… 서울시 건축심의가 관내 정비사업지들에게 일종의 ‘장벽’이 되고 있다. <사진=본보 DB, 편집=박진아 기자>     © KNS서울뉴스

[유준상 기자] 서울시 각종 심의가 관내 정비사업지들에게 일종의 ‘장벽’이 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 건축심의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이라는 말까지 업계에 나돌 정도다. 추진위 승인, 조합 설립 등에서 탄력적인 사업 진행을 이어 오던 사업지들이 건축심의 단계에만 들어서면 장시간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이에 본보는 건축심의 단계에서 곤경에 처한 서울 시내 주요 정비구역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해 봤다. 아울러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찰해 봤다. - 편집자 주
 
건축심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조합들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대치쌍용2차 등 시내 ‘알짜’ 사업 줄줄이 ‘파행’

 
조합 설립을 마친 정비구역들은 저마다의 목표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업 본격화를 꿈꾼다는 점에서 그 모습이 비슷하다. 하지만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축심의 단계에 들어서면 자신들의 꿈과 현실의 괴리를 실감한다.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건축심의 단계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로 용산구 한남3구역(재개발)을 꼽는다. 한남3구역은 2012년 9월 조합을 설립했다. 그런데 조합이 마련한 건축계획안은 이후 약 1년 8개월간 시 건축위원회에서 무려 7차례나 보류됐다. 사업이 파행을 겪은 것은 당연지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이수우 조합장은 “인허가 지연에 따라 조합 운영의 재정적인 부담, 사업성 저하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는 너무도 부당한 처사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소연했다.
 
건축심의 단계에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강남이라고 예외가 없다. 한강변 저층에다 전 세대가 단일 평형으로 구성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재건축)는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2014년 12월 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그런데 건축계획안을 접수(2016년 2월 26일)시킨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서울시 건축위원회는커녕 시 공동주택과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합 관계자는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초구에 접수시킨 건축계획안이 7개월간 서초구에서 발이 묶이다가 올해 9월 조합과 상가 측 협의로 이를 보완한 뒤 서울시 공동주택과 소관으로 넘겨졌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개의 주구(住區ㆍ도시계획에 의해 거주자의 문화적인 일상생활과 사회적 생활을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 주택지의 단위)로 구성된 구역 내 단지 상가와 아파트 단지로 통하는 출입구를 분리ㆍ설치하라는 시의 보완 조치 요구를 받으며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조합 관계자는 “주구는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시는 조합이 납득할 수도 없고 단시간 안에 이행할 수도 없는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건축심의에서 암초를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쌍용2차 역시 수립한 건축계획안에 대해 시가 연달아 ‘퇴짜’를 놓고 있어 벌써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곳은 지난 3월 건축계획안을 접수시켰지만 시 건축위원회 소위는 심의를 보류했고, 조합이 이를 보완해 7월에 재접수시켰지만 지난달(11월) 소위는 또다시 보완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단번에 보완할 수 있는 공공 보행통로 수정, 상가 건립, 공공시설 기여 등의 사안을 각 심의 때마다 요구하며 번번이 건축계획안에 퇴짜를 놨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공공성 제고 요구에 대해 조합원들은 사업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조합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달 20일 보완한 건축계획안을 다시 접수시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최근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하나같이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허가권을 가진 시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3주구 일대. <사진=유준상 기자>     © KNS서울뉴스

공동시행 시 건축심의 이후 시공자 뽑으라더니… 심의 지연에 제도 ‘무력화’
 
이같이 서울 시내 일선 현장들의 건축심의가 늦어지면서 서울시가 행한 ‘시공자 선정 시기 조정’의 효과가 더욱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커지고 있다.
 
시는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을 담은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을 지난 8월 행정예고 한바 있다. 해당 기준(안)은 지난달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현행 공공지원제도하에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에야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한 조합들이 자금 조달마저 애를 먹는 상황에서 건축계획과 사업시행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자는 얘기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가 ‘건축심의 이후’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정한 것은 여론의 압력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공공지원제도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장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시행으로 인한 이점은 거의 찾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공동시행 방안을 도입 및 검토하고 있는 사업지들은 시공자 선정 시기 조정보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그런데 건축심의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공동시행의 효과는 더욱 반감될 듯하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정책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광범위한 내용의 심의가 ‘각개전투’식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문제”
부서별 소통 부재로 ‘경직성’ 심화… 현실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도 개선 시급

 
그렇다면 건축심의가 지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건축심의의 특성과 절차를 짚어 보면 근본적인 문제점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의 절차상(공공지원제도 적용 기준) 조합 설립 이후부터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이뤄지는 건축계획 수립과 관련된 과정을 포괄적인 의미에서 건축심의라고 한다. 여기에는 ▲도시계획심의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건축계획 심의 등이 포함되는데, 이 같은 일련의 절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말고도 「건축법」,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다양한 법에 의해 이뤄진다. 그만큼 심의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검토해야 할 사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 같은 ‘난제’를 풀기에 갓 출범한 조합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이에 별도의 비용을 들여 분야별 협력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본보가 서울 시내 재건축 사업지들을 대상으로 건축심의 관련 용역만을 위해 선정하는 업체의 수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10여 곳, 많게는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문제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일선 현장들이 계획안을 작성해 접수시키면 소관 부서별로 개별적인 검토가 이뤄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심의의 경직성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현장 입장에선 비용 문제도 떠안게 된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건축심의는 건축물의 안전성은 물론 경관, 배치, 주변 지역에 주는 영향과 정합성 등 건축계획의 총론을 세우는 단계인 만큼 종합적인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같이 광범위한 내용의 심의가 부서별로 독립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른 분야의 의견을 무시한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 나오는 것은 물론 사업지의 상황과 사업성은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것이 서울시 건축심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수평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수직적인 협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구와 시가 협의를 하면 단번에 해결될 사안을 구에서 장시간 연구 용역을 거쳐 통과시킨 후 시 공동주택과로 넘겨 또다시 처음부터 다시 용역이 시작돼 비효율을 낳고 있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소관 부처가 자기 분야에서 조금만 벗어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떠넘기기 바빠 유기적인 심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에 대한 시의 무차별적인 공공성 제고 요구는 사업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처신이다. 특히 심의위원 구성이 불과 심의 며칠 전에 이뤄지고, 단시간 내 문서만 보고 심의가 이뤄지는 문제 등이 발견했다. 이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건축심의 접수부터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현장의 피해가 심각하다. 심의위원이 현장에 실사를 나가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업계 “건축심의 관련 부서 간 협력 제고, 소통 위한 유기적 구조 형성” 주문
관련 협력 업체 단일화도 대안으로 제시… 市의 인식 전환 촉구하는 목소리 ↑

 
건축심의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부서 간 협력을 제고하기 위해 구조적인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위준복 기획2실장은 “각 소관 부서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 현재 건축심의와 관련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도시계획심의,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건축계획 심의 등 관련 부서들이 유기적인 팀워크(Teamworkㆍ팀이 협동해 행하는 동작. 또는 그들 상호간 연대)를 형성해 협동 작업을 이루거나 한 개의 팀으로 단일화를 이루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건축심의 관련 절차와 지식이 부족한 조합을 위해 건축심의 관련 용역을 시행할 협력 업체를 단일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여기에는 현 건축심의 관련 업무 진행 시 관행상 각 사안마다 개별적인 용역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용역비 지출과 시간 소요가 상당함에도 조합 집행부의 인력은 한정돼 있어 행정 처리 능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조례나 법 개정을 통해 시가 단일화한 건축심의 전문 업체를 지정해 관련 용역 업무를 수행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도 건축심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인식 전환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정비사업 전문가는 “손바닥도 맞장구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서울 시내 정비사업지와 서울시 간 관계에서 한쪽 손바닥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은 그 특성상 절차에 따른 심의 및 인허가의 연속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시행자와 관할 지자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 들어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신반포3차-반포경남 ▲신반포18차 337동 ▲방배삼익 ▲잠실주공5단지 ▲가락시영 ▲신천진주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을 위한 노력들이 하나같이 시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됐다. 이는 단순히 건축심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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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3 [16:48]  최종편집: ⓒ 대한네트워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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