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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기획] 누가 부동산신탁사 콧대 꺾었나?
신탁계약 해지ㆍ신탁사 수수료 문제 등… 수면 위로 떠오른 ‘부작용’
 
민수진 기자 기사입력  2017/06/09 [12:10]
[민수진 기자] 도시정비시장에서 홀로 꿋꿋이 나아가던 부동산신탁사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신탁사 수주 및 홍보 과열 양상’에 대한 경고에도 어깨가 내려가지 않았던 터라 그 이유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시장 진출로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신탁사가 위축된 배경에는 재건축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주민설명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열띤 홍보를 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사업 과정상 2018년 초 시행될 예정인 이 제도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또한 신탁 방식을 도입한 사업장에는 우려했던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어깨를 펴지 못하는 입장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한 신탁사들은 당초 과열 양상과는 상반된 분위기로 조용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믿었는데…” 조합원, ‘신탁사 수수료’에 추가 부담 늘어
신탁사-토지등소유자 간 갈등 점화… “기존 방식과 다를 바 없네”


신탁 방식을 선택한 사업장들이 순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한다고 업계에서 손꼽는 사안은 방식 도입 초기부터 우려감을 키웠던 ‘신탁사 수수료’다. 그러나 수수료에 관한 문제가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해결책을 강구하는 곳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근래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A 재건축 단지는 선정한 신탁사와 일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A 재건축 단지가 신탁사의 신탁 수수료 인상 등 사업시행계약 변경 안건을 전체회의를 거쳐 통과시킨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신탁사는 이를 통해 신탁 수수료를 8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늘렸으며, 차입금은 6억 원에서 100억 원, 이자율도 3.5%에서 7%까지 올렸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이곳의 신탁사는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 공사비 등 사업비의 일부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투명하고 빠른 사업 추진에 대한 꿈은 꿈에 그쳤다’고 주장하는 A 재건축 단지의 일부 주민들은 “이들의 요구가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민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이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갑질’이 아닌가”라며 “‘신탁사 측의 일방적인 ‘사업 휘두르기’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수수료가 늘면 주민들의 부담인 추가 분담금도 함께 늘어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그들은 “앞서 개최했던 전체회의에서 통과한 안건의 동의를 대부분의 주민들이 서면으로 충족시켰는데, 서면으로 동의를 구할 시 불완전한 설명으로 인해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수수료를 2배 이상 올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신탁 방식의 또 다른 얼굴을 본 느낌”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은 신탁 방식 도입 초기에 신탁사가 A 재건축 단지 주민들에게 구두로 설명했던 금액에서 2배 넘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공사비 지불 방식이 분양불에서 기성불로 바뀐 뒤 신탁사 수수료가 늘어나면서 추가 분담금까지 동시에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A 재건축 단지의 일부 주민들은 “투자 목적인 사람들은 어떻게든 목돈을 마련해 분담금을 처리하겠지만 나이가 연로한 원주민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신탁사 수수료로 인해 신탁사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적이 됐다. 신탁 방식은 한 번 틀어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덫 같다. 기존 조합 방식이 겪는 갈등과 다를 바 없는 갈등 또한 일어난다. 추후 신탁 방식을 도입하려는 사업장들은 신중히 고려해 택하길 바란다”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에 대해 신탁사 측에서는 추가 분담금의 경우 시공자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확실치 않은 상황이고, 현재 상황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일부 주민들의 여론 형성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되자 서울시도 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7일 시 관계자는 “신탁사와 일부 주민 간의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실태조사’ 실시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이해당사자 요청이 있으면 가능하다”면서 “신탁 방식은 아무래도 초기 단계이기에 법적으로도 허술한 부분이 있다. 만약 이번 실태조사가 이뤄질 경우 그 결과를 검토하고 시정명령 및 검찰 수사 의뢰, 국토교통부 관련 법 개정 요청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신탁 방식, 토지신탁계약서 ‘주의보 발령’
업계 “정부ㆍ지자체서 신탁 방식 표준 법적 체계 정비해야”


이처럼 우려됐던 부작용이 하나둘씩 현실화하면서 기존 조합 방식의 고질병 해결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제외의 유일무이한 대책으로 꼽혔던 ‘신탁 방식’의 숨겨진 이면이 드러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수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경우 간결한 절차로 인한 빠른 속도, 투명한 운영 등의 강점이 있지만 되레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신탁 방식은 기존 조합 방식의 문제점으로 불안해하던 주민에게 실낱같은 희망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방식은 전례도 없을뿐더러 법적 기준마저 엉성해 신탁 방식을 도입하는 자체가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신탁 방식을 당장 진행한다고 해도 첫 단계부터 진입 장벽이 높아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 75%를 얻는 것이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업계 한쪽에서는 ‘신탁계약 해지’에 대해서도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신탁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을 경우 신탁 방식을 지지했던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먼저 토지신탁계약서 제24조제4항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변수로 불가피하게 신탁계약을 중도 해지할 시 정산에 필요한 비용은 위탁자 또는 수탁자가 지급하되,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탁자인 신탁사는 신탁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해 지급에 충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주민은 신탁 방식에 동의할지라도 토지신탁에는 불참하는 것이 안전한 처사라는 전언이다.

또한 대표적으로 계약서 제12조 및 제21조의 경우 신탁 방식을 추진하려는 주민들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각별한 주의를 요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계약서 제12조에 따르면 신탁 사무에 필요한 비용은 신탁 재산으로 지급할 수 있고, 부족한 경우 금융기관 기타 제3자 또는 수탁자의 고유계정에서 차입할 수 있다. 더불어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가 아닐 경우 수탁사의 귀책사유 없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감언이설(甘言利說) 속에 숨은 계약서 조항에 눈이 멀지 않으려면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사가 제시하는 조항을 수정하지 못하면 추후 계약 해지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하며, 계약을 해지해도 매몰비용을 신탁 재산으로 충당해야하기 때문에 주의에 주의를 기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신탁 방식을 도입한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계약서 조항 때문에 그 많던 장점들이 점으로 보이는 수준”이라면서 “계약서에 있는 조항 중 ‘신탁 사무에 필요한 비용’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의 구체적인 법적 체계가 빠른 시일 안에 갖춰지지 않으면 신탁계약 체결 이후에는 기존 조합 방식의 시공자-조합 간 갈등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신탁 방식에 대한 표준화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아울러 법적 기준이 정비된다는 가정 하에 현재 도시정비업계에서 ‘나홀로 독주’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탁 방식이 향후 도출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이겨내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간 쌓아온 탑을 무너뜨릴 것인지 전례가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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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09 [12:10]  최종편집: ⓒ 대한네트워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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