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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오페라 쉽고 재밌게 자주 보고파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 누오바오페라단 <여우뎐> vs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
 
박순영기자 기사입력  2018/05/30 [14:09]
▲     © KNS서울뉴스

▲ 창작오페라 <여우뎐> 11일 공연의 테너 엄성화(남호 역), 소프라노 이영숙(연우 역)ⓒ 강희갑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지난 4월 27일 시작되어 매 주말 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4.27-29),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5.4-6),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갈라>(5.19-20)와 누오바오페라단 <여우뎐>(5.11-13),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5.18-20), 코리아판아츠그룹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5.25-27)를 공연했다. 앞 두 주가 민간 오페라단 중 국내외에서 가장 활발하고 영향력 있는 두 단체의 정통 오페라 향연이었다면, 누오바오페라단과 울산싱어즈오페라단의 공연은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과 개선, 그리고 더 많은 우리말 번안 오페라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먼저, 누오바오페라단(단장 강민우)의 <여우뎐>(5.11-1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극장)은 우리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과 더 나은 방향의 개선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서순정 작곡가의 화려하고 장대한 서사를 살리는 오케스트레이션, 각 막과 장의 충실한 무대미술과 의상으로 우리 전설 구미호로 이렇게 멋진 오페라가 가능하구나를 느끼게 했다. 각 막 시작마다 간막음악이 적절한 분위기 형성으로 기대감을 주었으며, 이 때 오페라극장 위쪽 전광판에 줄거리 자막 길이가 한 줄 씩 세 번 정도로 간략해서 읽기 좋고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2막 희락주가의 무대와 의상, 노래와 춤은 뮤지컬 '시카고'를, 3막 음산한 분위기의 여우들의 합창과 동작은 뮤지컬 '캣츠'가 떠오를 만큼 음악이나 연출(김숙영)이 면밀했다. 3막에서 감초 명도의 아리아(12일, 베이스 박광우)는 익살스런 리듬과 가사로 흥겨운 분위기를 전달했고, 4막 인희의 아리아(12일, 소프라노 김샤론)는 서사 흐름이 감정으로 노래에 잘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3막 명도의 아리아가, 4막에서 구미호를 두고 나쁜 거래를 한 명도에게 구미호들이 부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복수의 합창 아리아로 재현될 때는 약간의 소름도 돋았다.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구미호가 왜 인간이 되고 싶어했는지 그 당위성이 부족했다. 두 번째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기법에 성악 선율과 가사가 가려져, 주역들이 충분히 훌륭하게 노래하고 연기하는데도 잘 주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도와 인희 노래에서 보여준 작곡가의 분명한 동기 구조와 전달력을 생각해 볼 때, 다른 부분들은 다소 의아하다.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들에서 전통 5음 음계를 사용했던 것과는 달랐고, 음악스타일은 베르디 보다는 바그너에 가까웠다. 현대음악기법과 스타일로 유럽풍의 세련됨이 있었기에 오히려 이번 <여우뎐>을 잘 다듬으면 유럽에서도 잘 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위 두 가지는 꼭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 KNS서울뉴스


▲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 2016년 공연. 바리톤 김종화(박만규 사장 역), 소프라노 김방술(노연정 사모 역)ⓒ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울산싱어즈오페라단(예술총감독 김방술)의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5.18-20)는 당대 귀족사회를 풍자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우리말로 번안하고, 2018년 The C엔터테인먼트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사랑의 화합으로 재구성해 소극장 오페라의 유쾌함과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몬드리안의 추상적인 수평, 수직 구도와 빨강, 파랑, 노랑색이 무대미술과 영상, 의상에 활용되어 간결함과 깔끔한 분위기 연출과 함께, 위계 속에서 평등과 질서를 추구하고자 하는 모차르트 음악의 풍자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피정훈 피디(18일, 바리톤 이병웅)의 '사장님 없으면~' 노래의 익살스러움, 박만규 사장(바리톤 김종화)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어디로'에서 보이는 후회, 노연정 사모 아리아(소프라노 김방술)의 우아함, 김혜리 비서(소프라노 이현민) 노래의 결연함, 편지를 쓰며 부르는 사모님과 김비서의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듀엣의 우애,  소속가수 최민식(카운트 테너 김반석)의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이 무언지'의 부드러움과 순수함, 마지막 5인의 합창까지, 프로그램지에 적힌 양수연 연출의 말대로 모차르트가 우리말 오페라를 쓴 것과 같은 친숙함이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로 더욱 빛났다.특히 성악가들의 우리말 노래 가사가 잘 들려서 극의 몰입에 좋았다. 이는 소규모 USO챔버오케스트라와 성악간 균형이 잘 맞았고, 또한 우리말 발음과 아리아 형태에 맞게 성악 발성을 잘 조절한 성과로 보였다. 남성 성악가들은 성악 창법의 공명을 다소 제거하고 음절마다 강세를 넣어 우리말 자음의 명료함을 살렸다. 여성 성악가들은 음역상 공명을 좀 더 살렸는데, 총예술감독이자 노연정 사모 역의 소프라노 김방술은 우아함과 사랑스러움을 보이면서 발음도 명료하게 들리는 방법으로 아리아를 아름답게 들려주었다.<여우뎐>은 2016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는 2015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각각 초연 후 몇 차례 공연되었다. 좋은 작품을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종합예술인 오페라 특성상 한 번 공연자체가 쉽지 않다. 정말로 오페라가 더 많은 한국인에게 침투하려면, 쉽고 재미있게 자주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왜 그 어려운 창작에는 도전하면서 제일 기초인 번역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서양고전서, 철학서의 번역율이 낮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단계를 건너뛰면 그 깊은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 번안해서 여러 오페라의 주요아리아만 모아 브런치 콘서트, 가족 주말 콘서트 등을 할 수 있다. 정통 오페라를 우리말로 해서 작은 공연에서 많이 불러봐야,  작곡가의 의도, 우리말 성악 발음과의 음역 충돌, 우리말 노래 만드는 방법, 관객 반응 등을 알 수 있고, 그 데이타로부터 다시 순수 우리 창작 오페라를 차분히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급하지 말자. 누군가는 실제로 대학에서 한 과목이라도 작곡과-성악과 학생들과 함께 번안 오페라 수업을 할 일이고, 누군가는 지역 곳곳 번안 아리아 브런치 콘서트를 할 일이다. 누군가는 오페라 아리아 벨소리를 만들 일이고, 누군가는 오페라 동화책을 만들 일이다. 정말로 오페라 대중화와 해외진출을 원한다면 말이다. 한국말로 된 <여우뎐>이 한국 창작 오페라를 세계에 알리고,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가 드라마 연속극처럼 한국사람 모두 아는 오페라가 되려면, 제일 쉬운 단계의 작업부터 많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바로 시작하자.  박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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