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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맛깔스러졌다!! 한국형 창작오페라 음악과 무대
서울시대표창작공연 오페라
 
박순영 기사입력  2012/03/22 [13:34]
 
▲ 창작오페라 '연서'중. 기와집을 둘러싼 오색 비단천의 무대가 웅장하다     © 세종문화회관


한층 맛깔스러워진 서울시대표창작공연 오페라 <연서>

 
서울시대표창작공연 오페라 <연서>가 지난 2010년 성공적인 초연에 이어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3월 15일부터 3월 18일까지 공연되었다. 오페라 <연서>는 서울을 상징할 문화관광상품 콘텐츠 개발을 위해 2008년부터 창작되어 2010년 성공적인 초연 후 관객평가와 전문가 자문회의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조선시대 광화문 앞 거리를 재현하였으며, 각 배역별 아리아도 풍성해져 더욱 맛깔스런 한국형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오페라 <연서>는 예술감독 박세원과 현대 극음악의 대가 최우정 작곡가, 열정적 지휘자 최승한과 모던 연출의 대가 양정웅, 2011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수상한 작가 고연옥에 의해 2012년 새롭게 재탄생 되었다. 양정웅 연출(극단 여행자 대표)은 2006년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이듬해 오페라 '보체크'와 창작발레 '심청'을 올렸으며, 이번 공연 역시 그간의 오페라 경험으로 위풍있고 감각적인 무대를 잘 구성하였다.

줄거리는 조선시대 명문가의 딸이었지만 모함을 받아 기생이 된 도실, 그런 도실을 사랑하는 비단 장인 아륵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이다. 현재의 서울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조선시대 의상과 형형색색 비단천으로 꾸며진 화려한 기와건물은 물론 국악, 한국무용, 간막의 전통연희가 등장하여 관람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다.

▲ 오페라 '연서'에서 한경석(기탁 역, 바리톤)은 비열하면서도 사랑을 향해 맹목적인 기탁역을 중후한 음색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열연하였다.     © 세종문화회관


회전식으로 사면을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기와무대(무대, 의상디자인 임일진)는 2층으로 웅장하여 도실과 아륵의 사랑, 양반들의 연회, 기생집 장면 등 여러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아륵이 도실에게 바치는 '비단 편지'라는 서정적인 제목에 걸맞게 풍성한 오색 비단으로 꾸며진 기와집의 사면무대에 따라 극은 전체 2막으로 주인공 도실과 비단장인 아륵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맹목적인 사랑으로 도실을 몰락시키는 기탁, 아륵을 연모하는 연아, 기생이 된 도실을 사랑하여 풍비박산한 재필 등 주인공들의 아리아와 합창, 무용으로 훌륭히 구성되었다.
 
4일간 펼쳐진 공연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반주 위에 서울시오페라단의 연기와 서울시합창단의 노래, 2막의 연희패거리로 무대는 안정적이었다. 주역 가수들의 연기와 노래도 좋았다. 강혜정은 작년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멜 수녀들의 대화> 에서도 보여준 바, 맑고 고운 음색으로 안타까운 도실의 사랑을 훌륭히 소화해내었다. 이은희(도실 역,소프라노) 역시 강혜정의 도실에 비해 더욱 날카롭고 복수에 불타는 선명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나승서(아륵 역,테너)가 관록에서 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엄성화(아륵 역,테너)는 좀더 진취적이고 젊은 아륵을 보여주었다. 한경석(기탁 역,바리톤)은 외모와 음색면에서 모두 복수에 찬 기탁역에 적격이었으며, 김재일(기탁 역,바리톤) 역시 복수의 화신 기탁을 무난하게 소화해내었다. 최웅조(재필 역, 베이스)와 전준한(재필 역, 베이스)도 기생 도실 때문에 몰락한 양반 재필을 각자의 해석대로 희화적으로 그려내어 모든 주역 출연진이 전체 극을 잘 이끌고 있었다.

원래 오페라는 음악이 주요 요소이므로, 단순하지만 갈등요소가 분명해진 줄거리와 쉽고 경쾌한 오케스트레이션, 풍성해진 아리아와 합창으로 구성된 이번 오페라는 한발 성큼 적절한 '한국형 오페라'의 틀을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이 적절히 조화되었고, 2막 중반 연희단 패거리와 함께 몰락 양반 재필이 객석에 등장하며 극 마지막에 그가 아륵을 죽이는 이유가 합당화되도록 설정한 부분 등 극의 스토리와 음악형식, 무대의 3박자가 적재적소에 조화롭게 어울린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서울시대표창작공연'이라는 타이틀을 의식한 나머지 조선시대 배경에 굳이 현대 서울을 액자식 구성으로 극의 앞뒤에 끼워넣어 15년 전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 를 보는 듯한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 아륵이 도실에게 비단연서를 바치는 장면. 나승서(아륵 역, 테너)는 감미롭고 안정적인 음색과 연기로, 강혜정(도실 역, 소프라노)은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색과 연기로 열연하였다.     © 세종문화회관


왜 우리는 그토록 창작 오페라에 목숨 거는가

 
왜 우리는 그토록 창작 오페라에 목숨 거는가? 뮤지컬이나 일반 대중음악 공연, 그리고 기존의 서양 오페라로 그냥 만족하면 되지 않나?

개화기 이후 선교사업을 통해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음악이 존재한다. 국악과 양악. 음악대학에서는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학과는 '음악학과'이고,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국악을 전공하는 학과는 '국악학과'이다. 왠지 보편적인 음악의 기준은 서양 클래식이고, 우리나라 음악은 굳이 나라의 음악인 '국악(國樂)'인 것이다.
 
사실, 지난 60년간 많은 공연예술 사이에서 창작 오페라도 많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에게 우리의 진정한 창작 오페라는 풀어야 할 숙제인가 보다. 왜 트롯트나 발라드 댄스 등의 대중가요,연극, 뮤지컬 등은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만들어도 어색하지 않은데, 오직 오페라만은 그토록 어색하단 말인가.
 
이것은 아마 오페라 자체의 특징 때문이리라. 간단한 줄거리와 갈등 구조를 두 시간여 동안 노래와 말로 부르는데, 멋있는 오케스트라 반주를 뚫고 노래가 들려야 극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표현에 어울리는 무대와 의상도 적절하여야 한다. 이 요소들이 적절히 조합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양의 창작 오페라만 해도 20세기부터 대중가요가 등장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많으니,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만들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한국의 창작 오페라의 당위성과 그 적절성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 비단장인 아륵을 연모하는 연아역의 김정미(메조 소프라노)가 붉은 비단을 들고 열연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한국형 창작오페라 - 보고 듣기 쉽고 재미있어야

 
그런데도 수십년간 많은 작곡가들이 한국의 창작오페라를 만들어 왔고, 또 여전히 그것은 매력적인가 보다. 원래 잘 되지 않으면 자꾸만 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사실 최근 7-8년간 대중음악계의 침체기를 거쳐 5-6년 전부터 대중음악계도 많은 변화로 활성화되고 있듯이, 공연계도 연극, 뮤지컬 등에서 작품의 양과 질 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오페라 <연서>의 작곡을 맡은 작곡가 최우정(서울대 작곡과 교수,TIMF앙상블 예술감독)은 2006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음악부문을 수상, 유학시절 3년간 연희단 거리패와의 작업, <오구>(2007),<문제적 인간, 연산>(2007),<스테이지 모놀로그>(2009),<오이디푸스>(2011)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작업으로 다져진 '전방위 작곡가'이다.  
 
그러한 그가 이번 오페라 <연서>를 맡았다. 공연 프로그램지의 작곡가 메세지에도 언급한 바, 이번 오페라에서 그는 오페라 형식뿐만 아니라 뮤지컬, 대중가요 등과 한국음계, 장단 등을 많이 혼합하였다고 한다.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음악적 접근을 위함이겠다. 따라서 이번 오페라는 듣기에 쉬우면서 장면과의 결합 면에서 기존의 창작 오페라들과 다르게 지나친 힘은 빠지면서도 음악 요소와 그것의 공연 측면에서는 더욱 탄탄해진 느낌이다.
 
지난 2010년 <연서> 공연에 7개월 정도의 작곡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2개월 정도의 개작 기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의 능력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연극이나 일반 뮤지컬도 아닌 사실상 음악이 전부인 대형 오페라의 작곡을 그렇게 여기는 그러한 창작 시스템이 참으로 문제이다. 최우정 작곡가의 그간의 노고와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토록 많은 음악가들이 바래왔던 '한국형 오페라'가 그래도 이제는 볼 만하고 들을 만하게 창작되고 있다. TV,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하여 보고 들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아무래도 어렵고 의미심장한 민족오페라보다는 시대를 넘나드는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로 보고 듣기 쉽고 재미있는 음악과 무대로 접근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성공적이었던 서울시대표창작공연 오페라 <연서>의 연출과 출연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특히 최우정 작곡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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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22 [13:34]  최종편집: ⓒ 대한네트워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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