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는 랄프 루고프의 큐레이팅 능력과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장이다. 통렬한 사회비판과 파괴적 주제와 접근 등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비엔날레 감상법과 거리가 있지만 관객의 참여를 작품의 핵심적 요소로 보는 현대미술이라는 관점에서 루고프의 선택은 영민했다.
전문적 미술관람자보다는 일반관람자의 눈높이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전시를 풀어내지도 않는다. 제국주의 시대는 분명 아니지만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 질서가 여전함을 꼬집는 조지 콘도의 ‘더블 엘비스’를 시작으로 관객들이 모두 앉아 쉴 수 있는 분수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이 환경문제, 젠더, 난민, 인종 등 동시대의 이슈들과 함께 한편의 잘 짜여진 극본처럼 펼쳐졌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조지 콘도의 ‘더블 엘비스’다. 두 명의 미치광이가 술병을 들고 건배한다. 유화적 제스쳐지만 두 인물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 조지 콘도의 ‘더블 엘비스’,사진, 헤럴드 경제 © 권병찬특집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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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누구의 핵단추가 더 큰가를 경쟁했으나 전향적으로 돌아서 비핵화를 위한 밀당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연상된다.
중국작가 듀오 선 유안과 펭유의 작품 ‘디어(Dear)’는 실리콘으로 제작된 고대 로마식 의자 위로 고무호스가 채찍처럼 날아다닌다.
매 5분마다 에어펌프가 작동하면 전시장 안에 있던 관객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관객들의 반응마저 작품의 일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인간형태의 검정 라텍스 형체는 알렉산드라 비켄의 작업이다. 꼭대기를 향해 끊임없이 올라가는 형태의 기괴함을 통해 작가는 ‘휴머니티의 끝’을 말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를 위해 인간은 노력하는 것일까? 정상을 향한 도전으로 상징되는 무한 성장은 분명 그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한국계 작가인 아니카 이의 바이올로가이징 더 머신(BiologizingtheMachine)은 생물정치학까지 그 범위가 확장된 페미니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전시는 11월24일까지 6개월 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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