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5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의 알라 아르차 관저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 탈란트 마미토프 국회의장, 울루크베크 마리포프 국무총리 등 키르기스스탄 국가서열 1~3위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를 한 단계 격상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농업, 섬유, 관광 등의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박 의장은 가장 먼저 만난 마미토프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수교 29년 만에 한국 국회의장으로 처음 키르기스스탄 방문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공식방문이 양국관계가 한 단계 격상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자리라 생각된다”면서 “키르기스스탄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있어서 한국이 진정한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하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양국 경제공동위원회는 물론 정계인사들로 구성된 비즈니스 포럼과 전문가 포럼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미토프 의장은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은 역사와 문화적으로 시베리아 알타이 우랄 지역의 뿌리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양국 간 문화적 교류는 이미 높은 수준이로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 영화와 음악의 인기가 높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해 더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박 의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는 한반도 문제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 노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의 필수적 요소이다”라고 밝혔고, 마미토프 의장은“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이 실행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마미토프 의장은 “양국 국회 간 협력 제고를 위해 한국에서도 의원친선협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 드린다”며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아시아 최우선 파트너 중 하나로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국이 제공해준 물질적, 기술적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인도적 협력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편에 따른 개표기 및 프로그램 지원 △티웨이 직항노선 개설 △관광비자 발급 요건 개선 △코이카(KOICAㆍ한국국제협력단) 개발협력 등을 요청했다.
이에 박 의장은 “양국 의회 의원친선협회는 사실상 구성이 완료됐다. 한국에 돌아가서 의원친선협회가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답하며 “선거제도 개편에 따른 개표기 및 프로그램 지원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키르기스스탄 의회의 전자화는 우리 양국 의회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마미토프 의장과의 회담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 2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
회담에는 키르기스스탄 측에서 느샤노프 한-키 의원친선협회 회장 겸 아타메켄 조국당 당대표, 투루스쿨로프 공화국-아타주르트당 당대표, 아이다로프 경제 및 재정정책위원회 위원장 겸 키르기스스탄당 의원, 디나라 케멜로바 주한키르기스스탄대사 등이 참석했고, 방문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임종성·박영순·임오경 의원, 국민의힘 조명희·양금희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과 하태역 주키르기스스탄 대사, 최종길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김형길 외교특임대사 등이 함께했다.
이어 박 의장은 국가서열 1위인 자파로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농업, 섬유, 관광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올해부터 키르기스스탄을 ODA(공적개발원조) 중점협력국으로 승격시킨 만큼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수가 미국, 독일 다음으로 한국이 많다고 들었다”며 “한국 정부는 양국 간 직항노선을 승인했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보다 많은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계속된 지지를 부탁한다”며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1700여명과 고려인 1만7000여명이 자유롭게 사업하고 당당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자파로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양국 간 무역 및 경제 협력에 대한 잠재력이 크다. 키르기스스탄이 한국과의 공동 프로젝트 수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공감을 표시하며 양국 간 직항노선 개설, ODA 중점협력국 승격, 장학생 프로그램 지원 등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면담에는 키르기스스탄 측에서 다스탄 뒤셰케예프 대통령실 외교정책 총국장, 루슬란 카자크바예프 외교장관, 누르베크 스드갈리예프 부의장, 아나르베크 칼마토프 대통령 국회파견 대표보좌관, 디나라 케멜로바 주한키르기스스탄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어 박 의장은 마리포프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양국의 교류 역사는 실크로드를 통해 1000년이 넘었으며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등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면서 “키르기스스탄 정부 지도자들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의 민주화를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협력 수준은 아직 미미하지만 이번에 키르기스스탄을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한 만큼 협력 분야가 다양해지고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농촌, 관광, 수자원, 섬유, 디지털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은 물론, 키르기스스탄이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한다”고 했다.
마리포프 총리는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서 “한국인은 근면성실해 빠른 경제화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키르기스스탄도 한국과 같이 족보가 있다. 언어도 유사점이 많고 문화도 비슷하다”며 “이번 박 의장님의 방문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키르기스스탄 일정을 마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박 의장 일행을 마미토프 국회의장이 공항까지 배웅하는 등 키르기스스탄은 한국 의회대표단을 시종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연쇄회동에 앞서 박 의장은 비슈케크 남부에 위치한 현충원‘아타베이트(Ata-Beyit)’를 찾아 헌화했다. 아타베이트는 ‘우리 아버지의 무덤’이라는 의미로 호국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