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환기자 기사입력  2020/08/28 [04:39]
가난한 하루.
靑河 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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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하루.

   

 

 

그는 경계선인 해거름 녘에서 

새벽빛 출발부터 떠올린다.

 

아침이 지난 멈춘듯한 시간은 따사로웠다. 이따금

여우비를 만났으나 개의치 않았고,

검은 구름이 폭우를 끼고

태풍을 앞세웠으나, 

그 또한 개의치 않았다.

 

점심을 어떤 이는 불고기를,

어떤 이는 해물을 먹었다지만,

그는 간판 없는 허름한 집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족했다.

 

오후, 한 시는 국수 기운으로

힘듦을 애써 삼키며 마냥 내달았다.

두 시를 넘기며 오는 진눈깨비를 물끄러미 맞다가

세 시쯤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에

살이 에이었지만, 견딜 수 있는 만큼 차마 바둥거렸다.

 

시간은 가파르게

그를 데리고 해거름 노을에 왔으나

오늘을 추억하는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을 그는 안다.

 

스며드는 어두운 밖을 보며

아직도 오늘에 있음을 자축하며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잠 속으로 가야만 한다.

그들도 그렇다.

 

 

 

  

 

 

 

 

 

 

 

 

 

 

 

 

靑河 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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