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하루.
그는 경계선인 해거름 녘에서
새벽빛 출발부터 떠올린다.
아침이 지난 멈춘듯한 시간은 따사로웠다. 이따금
여우비를 만났으나 개의치 않았고,
검은 구름이 폭우를 끼고
태풍을 앞세웠으나,
그 또한 개의치 않았다.
점심을 어떤 이는 불고기를,
어떤 이는 해물을 먹었다지만,
그는 간판 없는 허름한 집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족했다.
오후, 한 시는 국수 기운으로
힘듦을 애써 삼키며 마냥 내달았다.
두 시를 넘기며 오는 진눈깨비를 물끄러미 맞다가
세 시쯤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에
살이 에이었지만, 견딜 수 있는 만큼 차마 바둥거렸다.
시간은 가파르게
그를 데리고 해거름 노을에 왔으나
오늘을 추억하는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을 그는 안다.
스며드는 어두운 밖을 보며
아직도 오늘에 있음을 자축하며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잠 속으로 가야만 한다.
그들도 그렇다.
靑河 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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