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산하 김래현 수석변호사 / 아유경제 편집인 ©KNS서울뉴스 | |
가. 문제점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공개 범위와 관련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공개의 범위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 것과 달리, 휴대전화번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조합원이 휴대전화번호를 포함하는 조합원 명부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 조합이 이에 응하여야 하는지가 문제시된다.
나. 판례의 혼재
휴대전화번호가 공개 범위에 포함되는지와 관련해서는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조합원이 조합에게 조합원총회 당시 제출된 서면결의서의 진정성 등을 확인할 목적으로 조합원 명부의 공개를 요청하자, 다른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전화번호 공개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조합이 공개할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원 명부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제출한 조합원 명부와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여 전화번호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12월 19일 선고 2013카합1863 결정).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민사부는 조합원이 원곡연립3단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청구한 사건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휴대전화번호는 개별 조합원이 명시적으로 공개를 허락하지 않는 이상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휴대전화번호가 공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반면, ▲북아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조합이 조합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가 제외된 조합원 명부만을 공개하려고 하자 서대문구청장이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 명부의 공개를 촉구하는 시정 명령을 내린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는 것이 도시정비법 제81조제3항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시정 명령 취소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서울행정법원 2014년 8월 19일 선고 2013구합64844 판결), ▲광주광역시 서구청장이 재건축 조합에 대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성명, 주소, 권리내역,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라는 조치명령을 한 사안에서, 도시정비법 제81조제3항이나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조치명령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광주지방법원 2015년 7월 9일 선고 2014구합11076 판결), 휴대전화번호가 공개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
다. 기회의 형평성 유지와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이와 같이 판례가 혼재하는 이유는 도시정비법에서 휴대전화번호의 공개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합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확보하는 것은 조합의 해산 또는 정비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등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는 반면, 휴대전화번호가 공개되는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개인정보의 침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번호의 공개를 찬성하는 입장의 논거로는, ①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측이 전화번호를 포함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측 역시 기회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 접촉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 ② 조합원 명부에 기재된 전화번호는 도시정비법 제81조제6항 본문의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자료’에 해당하므로 조합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은 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점 ③ 서울특별시가 제정한 ‘조합원 명부 등 공개 업무처리기준(이하 처리기준)’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제출한 조합원 명부 외에 조합이 별도로 작성ㆍ보유하고 있는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별도의 조합원 명부까지 공개하도록 하고, 공개하지 않을 경우 도시정비법 제77조제1항에 따른 시정 명령, 고발 등의 조치를 예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휴대전화번호의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의 논거로는, ①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조합원을 설득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굳이 휴대전화번호까지 알 필요는 없고 주소지 확인만으로 충분하다는 점 ② 조합이 공개할 의무가 있는 조합원 명부는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7조제1항제2호에 따라 관할관청에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원 명부가 그 기준이 된다는 점 ③ 도시정비법,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시행규칙」상 조합원 전화번호가 조합원 명부의 필수적 기재 사항이 아니라는 점④ 전체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할 경우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 ⑤ 처리기준은 ‘법규성’ 없는 내부 지침 정도에 불과하여 전화번호까지 공개해야 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라. 결어
어느 입장이 타당한지는 결국 공개하여야 하는 공익과 공개하는 경우 침해가 우려되는 사익과의 비교 형량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이지만, 현재의 수사 실무에서는 휴대전화번호 미공개 시 고소ㆍ고발이 이뤄질 경우 대개 벌금형의 약식기소가 이뤄지는 바, 실무적 관점에서는 휴대전화번호 역시 공개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