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기자 기사입력  2017/05/19 [13:42]
식지 않은 층고 논란…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번지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서승아 기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서울시의 지상 최고 35층 건립 룰을 수용하는 재건축 사업장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최고 층수를 낮추는 방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 최고 층수 규제에 대한 아집을 바라보는 업계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층고 논란’을 둘러싸고 다시 불이 지펴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 가능성 증가에 층수 제한 적용(안) 수용 ↑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 주요 단지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 기준에 반하는 계획안을 수립해 서울시와 각을 세우던 곳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시의 요구를 수용해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다. 재건축 조합은 사업계획 확정 후 관할 구청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인가 신청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려면 올해 말까지 관할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고 층수를 당초 계획보다 낮은 35층에 맞추는 것은 거의 기본이 됐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조합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가 보류되자 건물 최고 층수를 45층에서 35층으로 낮췄고 지난 2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완료됐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도 지난 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고 전체 정비구역 중 일반주거지역의 건물 최고 층수를 모두 35층 이하로 낮췄다.
 
굳건한 서울시 ‘아집’?!… 개포주공9단지 세부개발계획(안) ‘보류’
 
이와 더불어 묵묵히 서울시의 층수 제한 벽을 넘기 위한 도전을 시도했던 곳들도 결국 고층 재건축을 시도하다 불발에 그쳤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6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공단의 제안에 따라 강남구청이 제출한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특별계획구역11 세부개발계획 결정(안), 경관계획(안)을 보류 판정했다고 이달 13일 밝혔다.
 
공단은 강남구 영동대로 4길 10(일원동) 일대 5만5153.2㎡에 공동주택 1677가구를 공급하는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용적률 상한 완화 요청(230%→270%)과 함께 현재 5층인 단지 최고 층수를 29층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담아 제시했다.
 
문제는 목표 층수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서울플랜)’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었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도시기본계획은 용도지역에 따른 최고 층수를 차등 적용하는 구체적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서 29층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개포주공9단지 일대 용도지역인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최고 25층 제한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는 공단이 도시기본계획이 아닌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보다 의식한 세부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층수도 25층을 상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의 법정 최상위 계획인 서울플랜과 하위 계획인 해당 지구단위계획은 서로 다른 최고 층수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1년 수립한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일대에서 최고 35층 건축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지구단위계획보다 우선해서 준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는 일대 교통 체계 및 녹지 배치 관련 지적 사항도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공단은 2015년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를 민간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줄어드는 공무원 임대주택 물량을 개포주공9단지 재건축에서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8단지 세부개발계획은 심의를 통과했다.
 
층고 제한에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제동’… 업계 “해도 너무 한다”
 
이런 상황에 더해 서울시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재건축이 시행될 경우 평균 층수를 7층으로 제한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상은 대부분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포함된다. 법이 개정될 경우 서울시의 한강변 35층 층수 제한(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이어 층수 규제 논란 2라운드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 17일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대부분 허용 최고 층수인 15층 건축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주변 환경과 조화되지 않는 건축물이 양산돼 도시미관을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해 평균 층수를 7층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건축심의 과정에서 7층 이하를 권고하고 있지만 조합들이 대부분 허용 한도인 15층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내년 2월부터는 개정된 법이 적용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실시되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 아파트 층수가 평균 7층 이하로 지정 및 고시된 지역을 제외하면 최고 15층까지 지을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로 둘러싸인 블록 단위 소규모 노후주택을 정비하기 위해 도입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20가구 이상이고 노후ㆍ불량 주택 비중이 2/3를 넘으면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20가구 수준의 소규모란 특성상 15층으로 재건축이 될 경우 대부분 1개동인 ‘나홀로 아파트’가 된다. 주변 단독주택들과는 물론 아파트 단지들과도 어울리기 힘들어 도시 미관 차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1개동으로 정비될 경우엔 7층 이하가 돼야하고 2개동으로 재건축을 할 경우 1개동을 5층으로 해도 나머지 한 개동은 최고 9층 이하로 제한된다. 현행법상 아파트는 5층 이상으로 지어야한다.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착공 1곳 ▲관리처분인가 1곳 ▲조합설립인가 14곳 ▲주민의견 16곳 ▲분담금 산정 2곳 등 총 34곳이다. 정부가 미니 재건축을 권장하기 위해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고 일반 재건축에 비해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도시재정비사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평균 7층 이하 대상으로 지정 및 고시되지 않은 사업 지역은 총 13곳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가 가로주택정비사업 최고 층수를 7층으로 낮출 경우 사업성이 낮아져 잇따라 정체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시재정비사업 중 그나마 돌파구로 떠오르던 가로주택정비사업 마저 층수 규제를 적용한다는 건 너무 한다”며 “층수 제한이 적용될 경우 사업성이 낮아져 사업이 지연될 경우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큰 장점인 빠른 사업 속도마저 사라질까봐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35층 룰 기본 계획은 제도적으로 위법… 별도 관리 및 평균 층수 도입하라”
서울시 “무조건 서울플랜에 따르도록… 은마아파트는 35층 이상 불가!”

 
한편 이석주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8일 서울시의 아파트 층수 최고 높이 기준인 35층 룰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서울시가 서울플랜으로 행정 규제 중인 아파트 35층 높이 기준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와 변호사 등 법조계에 관련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상위 법령에 수권이 없는 서울시 35층 룰 기본 계획은 제도적으로 위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및 도시관련 학회를 비롯해 학계ㆍ부동산ㆍ도시건축전문가 100여 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아파트 입지에 따라 별도 관리가 필요하며 평균 층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즉, 조화로운 도시 공간 구성을 위해 동일 용적률 범위 내에서 평균 층수 도입 등을 통해 층수 완화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게 핵심이다. 이 의원은 “아파트 층수 규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를 보면 각 견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획일적인 높이(35층) 규제는 도시 경관 등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평균 층수 도입 등 정책적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는 현재 시 계획에 따라 중심성이 있는 도심ㆍ광역 중심의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에서만 51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잠실주공5단지에 대해 광역중심지에 해당하는 잠실역 4거리 일대를 용도 변경해 복합용도의 50층 이상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입지한 학여울역 일대는 아파트 단지와 양재천으로 둘러싸인 일반주거지역으로 35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내세우고 있다.
 
도시재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최고 층수 35층 제한에 이어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층수 제한이 가해짐에 따라 잇따라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도 다가오고 있어 도시재정비사업장들은 사업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의 최고 층수 제한이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번진 가운데, 서울시가 완화 방침을 내놓을지 아니면 되레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최고 층수 규제를 강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한네트워크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