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기4구역은 지난 4월 제6차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은 조합이 이를 알리려 구역에 내건 현수막. <사진=유준상 기자> © 유준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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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2013년 5월, 재개발을 추진하던 서울 동대문구 제기4구역이 암흑 속에 잠겼다. 관리처분을 끝내고 이주와 철거를 진행하는 도중 대법원으로부터 조합 설립 무효 판결을 받아 사업이 중단돼서다. 4년이 흐른 지금, 다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본보는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국공유지 점용료 폭탄이 가져다준 재앙 ‘조합 설립 취소’… 존폐 위기에 몰려
신속한 ‘조합 재설립’으로 본궤도 진입… 도시계획심의 통과로 사업성 제고 실현
제기4구역 재개발사업은 2005년 정비구역 지정, 2006년 조합설립인가, 2009년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등 순탄하게 추진돼갔다. 하지만 구역 면적의 52.3%를 차지하는 국공유지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변수였다. 관할관청인 동대문구청이 재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구역 내 무허가 건축물들을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고액의 국공유지 점용료를 부과해서다. 국공유지를 조합원들이 그간 무단 점유했다는 게 골자다. 동대문구청은 조합원들의 이에 대한 사실 파악 여부와 상관없이 감정평가 시점에 실시하는 지적 측량 결과를 토대로 과거 5년(소멸시효)간 점유한 만큼의 점용료를 부과했다.
갑작스레 변상금 폭탄을 맞은 조합원들 중 일부는 점용료 납부에 찬성한 (당시) 제기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조합장 이홍자ㆍ이하 조합)과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철거를 진행하던 2013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조합 설립 무효가 확정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하지만 재기불능(再起不能)일 것만 같았던 제기4구역이 최근 믿을 수 없는 반전을 이루고 있다. 신속한 대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머뭇거릴 시간 없이 사업 주체를 다시 꾸리는데 힘을 모았다. 2014년 6월엔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지난해 5월엔 조합을 다시 설립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이어가자 호재도 뒤따랐다.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관련 절차가 진행, 지난해 9월 서울시 특별건축소위원회 자문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안)이 조건부 가결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 4월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이를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이 원안 가결돼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용적률은 242%에서 250%로 ▲최고 층수는 15층에서 25층으로 ▲전체 세대수는 639가구에서 907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이 중 752가구가 분양분으로, 사업성 제고에 성공한 조합은 현재 건축계획 수립에 전념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동대문구청에 건축심의를 접수시킨다는 구상이다.
[인터뷰] 제기4구역 이홍자 조합장
“인고의 시간 버틴 현재 진정성 인정받아… 현대건설 채무 원만한 합의로 해결할 것”
“특별건축구역 지정 위한 절차 순탄… 원만한 사업비 조달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 염두”
▲ 제기4구역 이홍자 조합장. <사진=유준상 기자> © 유준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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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설립 무효가 확정된 2013년 5월, 이홍자 조합장은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 오해도 많이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이 조합장은 무엇이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길인가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이를 알아준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수년 간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마침내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이끌고 있는 현재, 그녀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조합 설립 취소 소송이 진행된 배경은/
1982~1986년 사이 정부는 국공유지 안의 무허가건물들을 양성화를 시켰다. 조합에서 재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관청은 토지 측량을 했고 구역 내 국공유지를 토대로 무단 불법 점유로 판단, 주민들에게 불하 대금을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특히 사용료의 120% 수준의 변상금 5년 치를 매겼고 (당시) 전체 조합원들에게 배분된 금액은 약 60억 원이었다. 이는 구청의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처사였다.
- 지자체의 국공유지 점용료 부과에 대한 의견은/
도시재정비업계의 국공유지 점용료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다. 일부 주택은 등기부등본에도 공유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나와 있지 않아 집주인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변상금을 부과 받고 항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국공유지 무단 점유는 주로 낙후된 저층 주택이 많은 재개발 지역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 무허가 건축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까지 유지됐거나 증ㆍ개축으로 인근 도로나 공원 용지 등을 침범한 사례는 물론 지적도상에는 도로로 표시돼 있는데 실제 측량에서는 주택이 있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실제 집주인이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 사업이 최근 본궤도에 올랐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문제였던 국공유지 분담금 문제를 상당 부문 해소한 것이다. 또한 낙후한 사업성에 대해 관(官)이 협조를 해주고 사업성 제고를 이루는데 일조해준 게 컸다. 그 결실로 지난해 9월 서울시 특별건축소위원회 자문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안)이 조건부 가결된데 이어 지난 4월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이 원안 가결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내기까지 관에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성 제고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 협조를 구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관과 적극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다.
- 과거 조합이 추진하던 사업과 관련해 남겨진 과제가 있다면/
이전 시공자에 대한 약 290억 원 규모의 채무가 남아있고 해당 업체가 소송을 확정 지어놓았지만 1억 원이 넘어가는 인지 송달료가 없어서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산된 조합의 채권으로 확정이 된 것이지만 소송이 걸려 사업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이전 시공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해결책을 강구할 것이다.
- 향후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조만간 건축심의를 접수시킬 예정으로 이후 여러 사업 경로를 고려하고 있다. 먼저 건축심의를 받으면 순탄하게 사업시행인가(8월 예상)를 받는 방법이다. 여기에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원만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 그리고 이주비 이자를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내고 있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건축심의 이후 곧바로 시공자를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시공자 선정 시 선이주비 지급을 입찰 지침으로 내세울 것이다. 이후 관리처분을 거쳐 연말에 철거, 내년 초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오래 전 조합 설립 취소 소송이 제기되자 주민들, 시공자, 지자체 등 모두가 돌아섰을 때 가장 외롭고 힘들었다. 당시 조합은 사업 추진에만 몰두하며 구청의 국공유지 점용료 청구 후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폭탄으로 돌아올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하지 못했고,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었지만 이를 알아준 자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 그러자 최근 국공유지 점용료 문제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오해가 풀리고 조합원들과 지자체가 진심을 알아주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 추진 성공은 물론 조합원들 모두가 단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철거 도중 사업이 중단된 채 방치된 현장. <사진=유준상 기자> © 유준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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