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 유준상 기자

[유준상 기자]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발목을 잡던 대못 한 개를 완벽하게 제거하면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소유했던 토지 지분에 대한 압류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서다.

지난 4월 28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구로세무서의 정태수 전 회장 소유 은마아파트 내 토지 2190.6㎡에 대한 압류처분은 무효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 전 회장은 1978년 서울시 승인을 받아 대치동 일대에 최고 14층, 28개동, 총 4424가구 규모 은마아파트를 건설했다. 문제는 시가 1982년 토지정리구획사업을 하던 중 은마아파트 안 은마치안센터 인근(대치동 1020-1) 2190.6㎡ 규모의 땅을 미등기 처리하면서 발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7년 해외로 출국한 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무당국은 그가 체납한 2000억 원대 국세를 받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땅 소유자를 정 전 회장으로 결론지었다.

2014년 국세청은 정 전 회장의 체납 세금을 환수하기 위해 서울시에 요청해 은마아파트 내 그의 지분인 대치동 1020-1 일대 2190㎡를 등기처리한 뒤 압류를 걸었다. 급기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위탁하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등기면적 23만9225.8㎡의 0.91% 규모에 불과하지만 이 땅 때문에 전체 재건축사업 진행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처분을 부당하다고 여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015년 6월 압류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토지 지분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등기 절차 지연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못한 것이므로 아파트 대지로 약 36년 이상 사용된 토지에 대한 압류 처분은 조세 징수권의 남용이자 위법”이라며 추진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서 지난해 말 진행된 2심과 이번 최종심까지 법원은 세무당국의 항소,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추진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고질적인 난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은마아파트 내 토지 공매처분은 효력을 잃게 됐다.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면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400억 원대 추가 분담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