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열쇠더미를 들고 습관처럼
현관문을 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안전한 위안 때문은 아니다.
쉰다는 것은 잠시 유보와 같아서
초대하기 전에 이미 놓여있고
멈춤은 안식이 아니어서
늘 불안과 권태가 따른다.
2020 경자 년 어느 날
나는 그대로 놓여있다.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밖의 모든 것은 떠나간다.
스치듯 떠나가는 못 자국들.
예수 발등에 찍힌 천국의 초대는 모르오나
정말 아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아픔은 어떻게든 메울 수 있으나
나 아닌 곳에 놓인 것은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
2020 경자 년 1월 즈음
이렇게 그대로 놓여있다.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스스로의 믿음은 욕망의 자리로 가고
그 뒤안길에 있는 바싹 마른 잎들은 그저 소멸해가지만
나는 믿는다. 내가 아닌 것들로 믿는다.
흔들흔들 힘에 부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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